제53과 하늘에서 난 소리
요한복음 12장
91.하늘에서 난 소리 (12:27-36)
예수님은 사람들의 대속(代贖, 구원)을 위한 죽음의 때가 다가왔을 때 눈물과 탄식으로 아버지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다. 그는 기도하면서 “그러나 내가 이때를 위해 왔나이다 아버지여 아버지의 이름을 영광스럽게 하옵소서”라고 하심으로써 육신으로는 원치 않지만 아버지의 뜻에 따라 기꺼이 죽음을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아버지의 이름이니 이 모든 일을 통하여 아버지의 이름이 영광스럽게 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주님의 관심은 언제나 아버지의 이름에 있었다. 그는 제자들에게 기도를 가르칠 때도 제일 먼저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라고 기도하도록 가르쳤다.
하나님의 이름은 어떻게 영광스럽게 되는가? 그는 무엇을 통하여 이름이 거룩히 여김 받는가? 그의 뜻이 이루어지고 그의 의가 이루어짐으로써 이다. 하나님의 뜻은 세상을 되찾는 것이다. 하나님의 뜻은 세상에서 악(악한 자, 마귀)이 없어지고 하나님의 말씀(진리)이 다시 만물을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하나님의 의가 이루어지려면 죄인들이 그 자리에서 벗어나 의롭게 되어야 한다. 즉 구원을 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 주님은 죄인의 자리로 들어가 죽고 거듭나는 과정을 거치셨다. 주님이 죄인의 자리로 들어가는 첫 걸음이 바로 세례 요한에게 죄 사함의 세례를 받는 것이었다. 그때 요한이 나는 도저히 하나님의 아들인 당신에게 이런 세례를 베풀 수 없다고 말하자 주님은 그것이 하나님의 의를 이루는 길이니 허락해 달라고 말씀하셨다.
“예수께서 갈릴리로서 요단강에 이르러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려 하신대 요한이 말려 가로되 내가 당신에게 세레를 받아야 할 터인데 당신이 내게로 오시나이까 예수께서 대답하여 가라사대 이제 허락하라 우리가 이와 같이 하여 모든 의를 이루는 것이 합당하니라 하신대 이에 요한이 허락하는지라”(마3:13-15) 이런 과정을 거쳐서 지금 주님은 하나님의 의를 이루기 위해 마지막 일 곧 십자가의 죽음을 받아들이려고 하는 것이다.
그때 하늘에서 “내가 이미 영광스럽게 하였고 또 다시 영광스럽게 하리라”는 소리가 났다. 이 말은 하나님이 이미 그 아들을 통해 당신의 의(뜻)를 이루시는 작업을 착실히 수행해 오셨으며 이제 남은 마지막 작업도 차질 없이 수행하시겠다는 것이다. 이 소리는 주님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에게도 들렸는데 그들은 그 소리를 알아듣지 못하고 천둥소리나 천사의 소리로 이해했다. 이때 주님은 무리에게 “이 소리가 난 것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요 너희를 위한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그 소리가 무엇이기에 그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고 한 것인가?
사도행전 9:4-7과 22:6-9 그리고 26:12-18에 기록되어 있는 바울의 다메섹 경험을 살펴보면 같은 사건을 두고 조금씩 다르게 서술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바울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말할 때 9장에서는 사람들이 소리만 듣고 빛(모습)은 보지 못했다고 기록하고 있는 반면 22장에서는 빛은 보면서도 소리는 듣지 못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또 바울에게 들린 주님의 말씀 내용도 9장과 22장, 29장의 내용이 각각 다르다. 이것이 나타내는 바는 사람이 하나님을 체험하는 것이 매우 주관적인 체험이라는 것이다.
만일 영적 체험이 완전히 객관적인 것이라면 하나님을 믿고 열린 마음으로 하나님께 나아가는 자나 그렇지 않은 자나 똑 같이 하나님을 경험할 것이다. 그러나 성경에는 공개적인 이적을 제외하고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것이나 빛을 보는 것이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이 체험된 적이 없다. 어떤 이는 들었다고 하는데 어떤 이는 못 들었다고 하는 식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주님의 부활과 같은 객관적 사건조차도 주님을 따르던 제자들과 무리들에게는 경험되어졌지만, 주님의 원수들에게는 보여지지 않았다. 우리 생각 같으면 부활하신 주님이 대적들에게 제일 먼저 나 보아란 듯이 나타내셨을 것 같지만 주님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래서 주님의 택하신 자들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눈으로 주님의 부활을 목도하는 경험을 할 수 없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하나님이 영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육체로 하나님과 사람이 교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즉 하나님이 입으로 직접 말씀하시거나 모습을 직접 보여주시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하나님께서 사람에게 무엇을 깨닫거나 알게 하시려 할 때는 그 생명 안에 무엇인가 몸과 마음으로 느끼게 하시기는 하지만 그것이 항상 일정하거나 구체적인 모양으로 경험되기는 어려운 것이다.
둘째, 하나님을 깊이 사랑하고 또한 깊은 주의를 가지고 하나님의 음성을 듣기 원하는 자에게만 그의 마음을 읽고 만지며 뜻을 알 수 있도록 하시기 위함이다. (잠8:17, 막4:9-12, 계2:7) 그러므로 어떤 사람은 번쩍이는 하나님의 빛 가운데서 들을 말을 다 듣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그것이 별다른 경험이 되지 못하고 끝나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앞의 질문으로 돌아가서 주님의 기도 후 특별한 소리가 난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주위에 있는 사람들(특히 제자들)에게 지금 이 순간에 전개되는 영적 세계의 상황을 알려주기 위함이다. 그 상황은 주님의 말씀대로 “이제 이 세상의 심판이 이르렀으니 이 세상 임금이 쫓겨나리라”는 것이다. 어떻게 해서 주님께서 기도를 드리신 후에 세상이 심판을 받고 세상 임금이 쫓겨나게 되는가? 그것은 주님이 그 기도를 통해 아버지의 뜻에 순종하셨기 때문이다. 주님은 순종으로 승리하셨다. 사망으로 사망 권세를 잡은 자 마귀를 없이하실 수 있게 되었다.
순종을 통한 주님의 그 승리는 우리의 승리이다. 주님은 우리를 대표하는 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금까지 땅에서 땅의 임금노릇을 한 사탄에게 속고 매여서 종노릇하던 모든 인간들이 주님 안에서 하나님의 아들로 회복되게 되었다. 순종을 통한 주님의 승리는 사탄의 머리를 상하게 하는 치명타가 되었기 때문이다.
주님의 승리는 우리의 승리이며 또한 하나님의 승리이다. 왜냐하면 사람은 땅에서 하나님을 대표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사탄은 지금까지 자기 종들 곧 ‘거역하는 자들’로 말미암아 세상에서 왕 노릇할 수 있었다. 모든 사람이 사탄에게 속아서 하나님께 불순종하고 이기적이며 악하게 살았기 때문에 마귀는 얼마든지 세상에서 임금 노릇을 할 수 있었다. 세상 어떤 사람도 자기를 부인하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자기를 드리는 삶을 살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인간이 그렇게 살아야 할 (하나님의 아들로 살아야 할) 존재인지조차 몰랐다. 오직 사탄의 거짓 가르침을 따라 이기적인 삶을 살고 서로 물고 먹는 동물적인 삶이 전부인줄로 알았다.
그러나 주 예수님이 사람으로 오셔서 자기를 드려서 하나님께 순종하심으로 말미암아 사람들을 속이던 마귀의 거짓말이 드러나게 되었다. 죽기까지 순종하는 아들의 삶을 통해 주님은 마귀의 거짓말을 드러내셨으며 진리를 세상에 비추셨다. 주님의 순종은 오늘 우리를 통해 이어지며 확대되고 있다. 주님의 순종이 사탄의 머리를 상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왔듯이 우리의 순종은 사탄을 완전히 결박하여 이 땅에서 몰아내고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는 결과를 가져온다.
주님은 십자가에서 죽으심으로써 이 땅에서 들렸다. 그것은 (일시적인) 고통과 패배와 수치였지만 결국 영원한 승리와 영광이 되었다. 그의 순종은 우리를 위한 본이다. 우리는 그의 순종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고 함께 아버지께 순종할 아들이 되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의 순종을 본받아 계속 순종해야 한다. 잠깐 육신의 즐거움을 취하기 위해 하나님을 거스르는 삶을 살아서는 안되며 우리 안에서 역사하는 주님의 생명을 따라 날마다 육신의 욕망을 거부하고 몸을 하나님께 바쳐서 그 기뻐하시는 뜻을 이루어야 한다.
이러한 선택은 한편으로는 우리 인생의 결정적인 순간에 몇 번 정도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주님이 매일 기도하며 자기를 부인하셨던 것처럼 우리가 사는 매 순간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주님은 자기의 순종이 이러한 승리를 이루고 아버지와 자신의 영광을 나타내게 될 것을 잘 알고 계셨다. 그러나 우리도 함께 이러한 사실을 깨닫고 함께 순종의 길을 가도록 이끌기 위해 하늘에서 그러한 특별한 소리가 난 것이다.
92.인간의 절망적인 불신앙 (12:37-41)
주님이 이 땅에 오신 목적은 일차적으로는 진리의 말씀을 인간들에게 들려주어 그들을 하나님께로 돌이켜 생명을 얻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주님이 이 땅에서 사역을 하시는 동안 말씀을 듣고 스스로 진리를 깨달아 주님을 믿고 따르는 자는 거의 없었다. 특히 지도자들일수록 더욱 불신앙으로 주님을 거절했다. 이는 하나님을 거스려 범죄한 인간의 본성으로 보아 하나님께서 충분히 예견하실 수 있는 일이었으므로 이사야서 등에 예언해 놓으신 것이다.
그러면 주님의 구원 사역은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인가? 그것은 첫째, 희망없는 인간 즉 사형을 받아야 할 인생들을 대표하여 주님께서 죽으시고, 둘째, 죽음을 통과한 자신의 부활 생명을 그루터기들에게 부으심으로 이루시는 것이다. 이 그루터기는 하나님께서 그의 나라를 이루시기 위해 남겨두신(새로 부르신) 사람들을 말한다. 주님이 이 땅에 오신 목적은 결국 죽으시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가 깨닫을 수 있는 사실은 주님의 특별하신 부르심으로 말미암아 성령 안에서 예비된 자가 아니면 인간은 그 누구도 하나님의 사랑의 음성에 응답할 수 없고 어떤 표적과 기사와 생명의 말씀에도 반응할 수밖에 없는, 완전히 죽은 존재라는 사실이다.
지금 우리가 세상에 나가서 복음을 전해도 마찬가지 현상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말하는 것을 들어서 깨닫고 기쁨으로 영접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세상에 속한 자, 사탄에게 매여서 육신적 삶을 살고 있는 사람에게 하나님을 위해 살아라고 하며 영을 좇아서 자기를 부인하라는 말을 하는 것은 죽으라는 말과 다름없다. 그러므로 사람의 본성으로는 복음을 거부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들에게 아무 것도 기대할 것이 없다. 그들은 죽은 자들이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성령께서 그들에게 친히 하나님의 생명을 불어넣어주심으로 그들을 변화시켜 주시는 것이다. 그러나 성령은 언제나 주님이 이 땅에서 행하셨던 것과 같은 방법으로 역사하시며 또 그런 가운데서 같은 열매를 거두시는 분이다. 주님은 어떻게 하셨는가? 그는 사람들을 위해 자기를 땅에 묻었다. 사람들의 생명을 위해 자기 생명을 십자가에 못박으셨던 것이다. 희생 없이 즉 자기 생명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어 줌 없이는 다른 사람들 속에 생명의 역사가 일어날 수 없는 것이다.
93.출회(黜會)당함 (12:42-43)
그리스도인이 하나님의 나라를 참으로 이루고 누리기 위해서는 세상에서 나그네임을 알고 그들로부터 출회당하는(쫓겨나는) 것을 각오해야 하며 또 그것을 기뻐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 우리는 오히려 헷갈리지 않고 분명한 자리에서 주님을 섬길 수 있다.
94.사람의 정죄 받음과 심판 받음 (12:47-50)
주님은 사람들이 주님으로부터 직접 심판 받을 것으로 생각하지 말라고 하셨다. 대신 주님이 증거하신 하나님의 말씀 그 자체가 할 것이며 그들이 이미 가지고 있던 모세와 그 율법이 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요5:45) 또한 주님은 심지어 심판은 하나님께로부터 온 말씀이나 모세의 율법을 통해서 뿐 아니라 사람들 자신의 말을 통해서도 이루어질 것이라고 하셨다.(마12:37) 그들의 양심과 그것에 따라 스스로 정한 법, 규례, 도덕, 서로 정죄한 정죄들, 무익한 말들 등이 스스로를 심판할 것이라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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