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5.06 16:02
8.하나님 통치의 엄중함 : 모세가 가나안에 못 들어감 (1:34-46)
"여호와께서 너희의 연고로 내게도 진노하사 가라사대 너도 그리로 들어가지 못하리라"(1:37) 모세는 하나님의 사랑 받는 종이었지만 요단강을 건너 그토록 바라던 가나안 땅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되었다. 그는 이렇게 된 것이 다 이스라엘 백성들 때문이라는 사실을 그들에게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모세가 가나안에 들어가지 못하게 된 것은 그 입술로 망령되이 말하였기 때문이다.(시106:33) 그는 혈기로 행하여 하나님의 거룩을 훼손시켰다. 그러나 그것은 전적으로 이스라엘 회중들이 '여호와의 명을 좇지 아니하고 그 심령을 거역했기' 때문이다.(시106:33,34)
우리는 여기서 하나님의 통치의 지엄함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사람의 생각으로는 몇 마디 지각없는 말이나 몇 마디의 성급한 말이 하나님의 사랑과 신뢰를 받던 종으로 하여금 그토록 갈망하던 것을 취하지 못하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는지 납득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람은 하나님의 하시는 일에 대해 묻지 못하며 따지거나 판단할 수 없고 다만 하나님 앞에서 겸손히 머리를 숙일 따름이다. "세상을 심판하시는 이가 공의를 행하실 것이 아니니이까?"(창18:25) 그렇다. 하나님은 조금도 실수가 없으시다. "주 하나님 곧 전능하신 이시여 하시는 일이 크고 기이하시도다. 만국의 왕이시여 주의 길이 의롭고 참되시도다"(계15:3) 우리가 반드시 깨달아야 할 것은 사람이 아무리 은혜 아래 있다고 해도 하나님의 통치(統治,治理;다스리심)의 영역은 따로 존재하며 아무도 하나님의 통치 행위를 방해하거나 무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누구든지 하나님의 은혜의 자유를 핑계로 하나님의 통치를 경홀히 여길 수 없다. 은혜와 통치는 완전히 구별되는 것으로 결코 혼동될 수 없다. 아들이 아버지의 긍휼히 여기심을 받으며 사랑과 보호를 받는 것과 아들이 아버지의 권위를 무시하고 그에게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다. 사랑 안에도 권위가 있으며 은혜 안에도 질서가 있다. 은혜는 값없이 넉넉히 그리고 영원히 용서할 수 있으나 그런 가운데서도 하나님의 통치의 수레바퀴는 계속 무서운 힘으로 구를 수 있는 것이다.
가령 은혜는 분명히 아담의 죄를 용서했지만 하나님의 통치는 그를 에덴 밖으로 쫓아내어 저주받은 땅의 가시와 엉겅퀴 속에서 이마에 땀을 흘리고서야 먹고 살도록 만들었다. 은혜는 다윗의 죄를 용서하였으나 하나님의 통치의 손은 그의 집에 칼이 떠나지 않도록 만들었으며 주위 사람들로 하여금 계속 다윗을 괴롭게 하도록 만들었다. 바로 같은 일이 모세에게도 적용된 것이다. 은혜는 모세를 비스가 꼭대기까지 데리고 가서 약속의 땅을 보여주었지만 하나님의 통치는 엄중하고도 단호하게 모세가 그 곳에 들어가는 것을 막았다.
우리는 하나님을 바로 알아야 한다. 하나님을 무서운 하나님으로서만 알아서도 안되며 하나님을 자기 멋대로 가볍고 부주의하게 알아서도 안된다. 하나님의 은혜를 더 깊이 알고 더 깊이 체험하면 할수록 우리는 하나님의 통치의 엄중함에 대해서도 알게 되며 그의 그러한 행위를 정당하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흔히 사람들은 은혜를 단지 자기 구원의 수단으로 알며 하나님의 모든 역사를 자기 편한대로 이해하며 하나님을 자기 편한대로 생각하고 대한다. 그러나 사람이 어떻게 하든 하나님은 하나님대로 존재하시며 그의 뜻을 행하신다. 이것은 일방적이기 때문에 사람이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바로 이해하고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큰 손해를 보게 될 것이다.
은혜는 사람을 하나님의 세계로 이끌어 하나님의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서 베풀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은혜를 자기 육신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거나 색욕거리로 만드는 자에게 하나님의 은혜는 즉각 거두어지며 그런 사람에게 더 이상의 희망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스라엘은 하나님으로부터 큰 은혜를 받았다.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능하신 손에 의해 애굽에서 건져내어지고 광야를 통과하여 가데스바네아까지 이른 것이 은혜가 아니라고 말할 자는 아무도 없다. 그러나 그들은 막상 하나님께서 그 땅으로 들이시려 하는 순간에 불신앙으로 인해 올라가기를 거절하고 그 곳에 주저앉고 말았다. 하나님께서 모세와 여호수아와 갈렙을 통해 그들의 귀에다가 그토록 간절한 격려의 말씀을 들려주셨어도 헛일이었다. 그 땅을 정탐하고 온 자들이 가져온 아름답고 풍성한 열매를 보여주어도 헛일이었다. 그들은 올라가라고 할 때는 기어코 올라가지 않으려고 했다. 그 결과 그들은 어떻게 되었는가? 바로 그들의 말, 그들의 생각대로 되고 말았다. 그들의 불신앙은 그들의 멸망으로 이어졌다. "또 너희가 사로잡히리라 하던 너희의 아이들과 당일에 선악을 분변치 못하던 너희 자녀들 그들은 그리로 들어갈 것이라 내가 그 땅을 그들에게 주어 산업이 되게 하리라 너희는 회정하여 홍해 길로 하여 광야로 들어갈지니라 하시매"(1:39,40)
이것은 참으로 무서운 일이다. 분명히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은혜 아래 있었는데 불순종할 때 그들은 하나님의 치리의 손 안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은혜는 통치를 배제하지 않는다. 왜? 많은 경우가 통치가 없이는 은혜를 은혜로 알지 못하며 은혜를 은혜로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치리의 손길 곧 하나님의 손질은 심히 엄중한 것이다. 그것은 무섭고 아프다. 그것은 사람이 아무리 발버둥쳐도 면하지 못하며 빠져 나오기 어렵다. 저항하면 저항할수록 고통은 가중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나님의 치리가 발동되면 그 즉각 순종해야 한다.
가데스에서의 이스라엘은 그 점에서 두 번 실패했다. 그들은 하나님께 범죄하여 하나님의 치리의 손에 들고 말았지만 그 치리에도 복종치 않으려고 했다. "너희가 대답하여 내게 이르기를 우리가 여호와께 범죄하였사오니 우리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명하신 대로 우리가 올라가서 싸우리이다 하고 너희가 각각 병기를 띠고 경솔히 산지로 올라가려 할 때에 여호와께서 내게 이르시되 너는 그들에게 이르기를 너희는 올라가지 말라 싸우지도 말라 내가 너희 중에 있지 아니하니 너희가 대적에게 패할까 하노라 하셨다 하라 하시기로 내가 너희에게 고하였으나 너희가 듣지 아니하고 여호와의 명을 거역하고 천자히 산지로 올라가매 그 산지에 거하는 아모리 족속이 너희를 마주 나와서 벌떼같이 너희를 쫓아 세일 산에서 쳐서 호르마까지 미친지라"(1:41-44) 이스라엘은 얼른 보면 자기 죄를 깨닫고 하나님께 회개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들의 죄의 고백은 무가치하며 진실하지 못했다. 만일 그들이 자기들의 말대로 참으로 죄를 깨닫고 하나님께 순종하기로 했다면 마땅히 하나님의 판결에 순응하고 자기들의 죄의 결과를 겸손하게 받아들였어야 했을 것이다. 하나님의 통치에 조용히 순응하는 것 이상으로 참된 뉘우침의 증거는 없다. 모세는 그렇게 했다. 그는 가나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 하나님의 말씀에 아무 불평없이 순응했으며 오직 하나님의 말씀대로 그의 후계자 여호수아를 담대케 하는 일에 열중했다. 그러나 백성들은 너무도 판이하게 행동했다. 그들은 하나님께서 올라가지 말라고 하는데도 이번에는 기어이 올라가서 싸우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그 결과 올라갔던 모든 사람들이 아모리인들에 의해 죽음을 당하고 말았다.
"여호와를 의지하고 선을 행하라"(시37:3) 이것이 하나님의 질서이다. 여호와를 의지하지 않고 선을 행하겠다는 것도 안될 일이고 여호와를 의지한다 하면서 악을 행하는 것도 안될 일이다. 그것은 다 거짓이다. 여호와를 의지하지도 않는 자들이 가나안으로 쳐들어가는 것은 결코 보장받지 못할 일을 하는 것이다. "여호와의 눈은 온 땅을 두루 감찰하사 전심으로 자기에게 향하는 자를 위하여 능력을 베푸시나니"(대하16:9) 하나님은 오직 전심으로 그를 믿고 의지하는 자에게만 능력으로 역사하신다. 믿음이 없음으로 인해 하나님의 일을 수행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하나님의 다스리심을 받는 자들은 일을 하려고 덤비기 전에 먼저 하나님을 알고 하나님을 믿는 것부터 조용히 배워야 한다. 고집과 망상과 죄악에 빠진 자기를 부인하고 하나님 앞에서 조용히 하나님을 배우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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