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 모세와 아론을 불러 이르되 너희는 가서 이 땅에서 너희 하나님께 희생을 드리라" (8:25)
피 재앙이 임했을 때 바로는 놀랐지만 애굽의 술사들도 그것을 흉내내는 것을 보고 이스라엘을 보내라는 모세의 요구에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개구리 재앙이 왔을 때는 애굽의 술사들이 그것을 흉내내었음에도 불구하고 크게 당황하여 모세의 요구대로 여호와께 희생을 드리도록 이스라엘 백성들을 내보내 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나중에 실제로 보내지는 않았다.) 개구리 재앙 뿐 아니라 그 후의 이 재앙이나 파리 재앙이 임했을 때도 이스라엘을 놓아주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가 말한 것은 이스라엘이 애굽에서 나가도록 완전히 놓아주겠다는 것이 아니라 단지 "이 땅에서 하나님을 섬기라"는 것이었다.
애굽에서 하나님을 섬기라는 것이다. 이것은 교묘한 마귀의 속임수이다. 사탄은 언제나 하나님의 사람들을 세상에 붙들어 매 두려고 한다. 그는 사람들에게 '하나님을 섬기더라도 애굽에 살면서 섬기면 되지 않느냐'고 회유한다. 그렇게 하는 까닭은 그렇게 되면 결국 그들이 도로 애굽 사람으로 남게 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누구든지 애굽에서는 절대로 하나님을 자유롭고 완전하게 섬길 수 없다. 애굽은 애굽의 정신과 우상이 사람의 마음을 지배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은 환경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사람은 환경과 상관없이 무한대로 의지를 발휘하여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 만큼 강하지 못하다. 하나님을 섬길 의지만 있으면 되지 환경이 무슨 상관이냐고 말해서는 안 된다. 사탄의 거짓말과 위협, 유혹은 아주 크고 우리의 의지는 아주 작은 것이다.
그래서 모세는 그러한 바로의 제안에 대해 처음부터 아주 단호하게 거절했다.
"모세가 가로되 그리함은 불가하니이다. 우리가 우리 하나님 여호와께 희생을 드리는 것은 애굽 사람의 미워하는 바이온즉 우리가 만일 애굽 사람의 목전에서 희생을 드리면 그들이 그것을 미워하여 우리를 돌로 치지 아니하리이까? 우리가 사흘 길쯤 광야로 들어가서 우리 하나님 여호와께 희생을 드리되 우리에게 명하시는 대로 하려 하나이다."
그러자 바로는 그의 말을 다음과 같이 바꾸었다.
"바로가 가로되 내가 너희를 보내리니 너희가 너희 하나님 여호와께 광야에서 희생을 드릴 것이나 너무 멀리는 가지 말라. 그런즉 너희는 나를 위하여 기도하라"
처음에 "이 땅에서 하나님을 섬기라"고 하다가 그것이 여의치 않자 바로는 다시 "너희가 너희 하나님 여호와께 광야에서 하나님을 섬길 것이나 너무 멀리는 가지 말라"고 했다. 이번에는 "너무 멀리 가지 말라"는 것이다. 이것 바로 신자로 하여금 세상을 완전히 떠나지 못하도록 회유하는 사탄의 작전 즉 세상과 하나님 사이에 다리를 걸치고 적당히 하나님을 섬기라고 회유하는 사탄의 작전이다. 그렇게 되면 도로 세상으로 데리고 오기 쉽기 때문이다.
나중에 막상 모세가 이스라엘을 애굽에서 데리고 나가려고 하자 바로는 또 다시 제한을 가했다.
"모세와 아론을 바로에게로 다시 데려오니 바로가 그들에게 이르되 가서 너희 하나님 여호와를 섬기라. 갈 자는 누구 누구뇨? 모세가 가로되 우리가 여호와 앞에 절기를 지킬 것인즉 우리가 남녀 노소와 우양을 데리고 가겠나이다. 바로가 그들에게 이르되 내가 너희와 너희 어린 것들을 보내면 여호와를 너희와 함께 하게 함과 일반이니라. 삼갈지어다. 너희 경영이 악하니라. 그는 불가하니 너희 남정만 가서 여호와를 섬기라. 이것이 너희의 구하는 바니라. 이에 그들이 바로 앞에서 쫓겨나니라"(10:8-11) 메뚜기 재앙으로 다급해진 바로는 이스라엘을 내보지 않으면 안 되었지만 모든 이스라엘 사람과 그들의 소유물(짐승)들을 다 보내려 하지는 않았다. 그는 모세에게 여자들과 아이들, 짐승들은 남겨 두고 남자 성인들만 나가라고 했다.
이것은 사실상 가지 말라는 말과 같다. 사탄이 바로로 하여금 남자 어른만 나가서 하나님을 섬기라고 한 것은 그들이 애굽(세상)에다가 그들의 가족과 소유물(재산)들을 남겨 놓고 나간다면 머지 않아 도로 애굽으로 돌아오게 될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구원은 혼자만 받으면 안 되고 반드시 가족과 소유물 및 우리가 아끼는 모든 것들과 함께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 우리의 사랑하는 것들을 찾아서 도로 세상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메뚜기 재앙에 이어 흑암 재앙이 임했을 때 바로는 모세를 불러 앞에 자기가 말한 내용을 약간 변경하여 좀더 허용적인 태도를 보였다.
"바로가 모세를 불러서 이르되 너희는 가서 여호와를 섬기되 너희 양과 소는 머물러 두고 너희 어린 것은 너희와 함께 갈지니라. 모세가 가로되 왕이라도 우리 하나님 여호와께 드릴 희생과 번제물을 우리에게 주어야 하겠고, 우리의 생축도 우리와 함께 가고 한 마리도 남길 수 없으니 이는 우리가 그 중에서 취하여 우리 하나님 여호와를 섬길 것임이며 또 우리가 거기 이르기까지는 어떤 것으로 여호와를 섬길는지 알지 못함이니이다" (10:24-26)
바로가 최후에 제안한 것은 모든 사람은 다 나가되 짐승들은 놓아두고 가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모세는 그것도 단호히 거절했다. 왜 그랬는가? 가축들을 비롯한 소유물들을 그대로 놓아두고 가면 하나님을 섬길 수단 즉 제사를 드릴 재료가 없게 될 없을 뿐 아니라 현실적으로 광야를 거쳐서 가나안으로 가기까지 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사람이 세상에서 사탄을 섬기고 자기 육체를 즐겁게 하는 데도 재물이 필요하듯이 하나님을 섬기고 그 뜻을 이루는 데도 역시 재물이 필요하다. 또 그래서 하나님께서 그것들을 사람에게 주신 것이다. 양과 소, 돈과 기타의 물건들은 다 하나님이 사람에게 주신 것이다. 그것들은 선한 목적을 위해 쓰도록 위로부터 온 것이다. 그러므로 그것들을 부정하게 생각하고 멸시하거나 혹은 그것을 지나치게 아끼며 자기 육신을 만족케 하는 데만 쓰려는 태도는 옳지 않다.
사탄은 항상 어리석은 자들의 귀에 '돈은 세상에 놓아두고 몸(마음)만 세상을 빠져나가서 하나님을 섬기라'고 속삭인다. 이런 말을 듣고 어떤 사람이 돈은 하나님의 목적을 위해 쓰지 않고 오직 세상을 위해 쓰면서 마음으로만 하나님을 섬기겠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가장 어리석고 비실제적인 생각에 빠진 것이다. 우리는 세상에다 우리의 돈주머니를 포함하여 그 어느 것도 남겨 놓아서는 안 된다. 모든 것은 다 주님께 쓰여져야 한다. 우리의 육체와 재능과 가족과 돈을 세상의 허무한 일에는 조금도 사용하지 말고 오직 주님께 바쳐서 거룩한 목적을 이루는 도구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