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과 진리에 속한 나라
요한복음 18장
132.내 나라
예수님을 유월절 전날 밤에 몰래 잡아온 유대 지도자들은 그를 대제사장의 장인인 안나스의 집으로 끌고 갔다가 몇 가지 심문을 한 후 대제사장에게로 넘기고 다시 빌라도에게로 넘겼다. 본래 유대인들의 일상적인 일은 유대인들이 자치적으로 처리할 수 있었으나 사형을 집행할 권한은 없었기 때문에 빌라도에게로 넘겨서 자신들이 결정한 사항을 집행해 달라고 청한 것이다.
그러나 주님을 넘겨받은 빌라도는 유대인들의 사사로운 일에 끼이고 싶지 않았다. 더구나 예수에 대한 소문을 어느 정도 듣고 있던 그는 정치적 사건과 관련된 죄인도 아니고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없는 사람을 순전히 유대인들의 종교적 이유로 인해 자기 손으로 죽이고 싶지 않았다. 요한복음 19:4-16을 보면 주님을 직접 조사한 후 빌라도는 더욱 그러한 생각을 가지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빌라도는 예수님을 심문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전에 전혀 보지 못한 특별한 종류의 사람을 접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 안에서 매우 생소한 세계를 접하게 된다. 그것은 주님이 ‘내 나라’ 또는 ‘진리(에 속한 나라)’ 라고 말한 하나님의 나라였다. 빌라도는 주님에게 이렇게 물었다. “네가 유대인의 왕이냐? ··· 네 나라 사람과 대제사장이 너를 내게 넘겼으니 네가 무엇을 하였느냐?” 그러자 주님은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라 만일 내 나라가 이 세상에 속한 것이었다면 내 종들이 싸워 나로 유대인에게 넘기우지 않게 하였으리라 내 나라는 여기에 속한 것이 아니니라”고 대답하셨다.
이것은 주님이 자신은 유대(이스라엘)와는 아무 상관도 없다고 말씀하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주님은 분명히 유대의 왕이며 더 나아가서 모든 나라와 민족들의 왕이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님께서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라고 말씀하신 것은 자신이 세상의 정치적 왕이 아니라는 사실을 밝히신 것이다.
주님은 우주의 상속자이며 왕이다. 그러나 이 왕은 현재에 있어서는 정치적 왕이 아니라 다만 생명의 왕이다. 생명의 왕이란 겉 사람의 왕(사람을 물리적으로 다스리는 정치적 왕)이 아니라 속 사람의 왕 곧 ‘만물을 살게 하는 자’라는 것이다. 주님은 만물을 지으신 분일 뿐 아니라 만물에게 영원히 생명을 주는 분(살려주는 영, life giving spirit, 고전15:45)이다. 그로 말미암아 만물이 살고 또 온전케 된다.
주님이 생명의 왕이라는 것은 또한 그가 만물 가운데서 유일하게 지음 받은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진실한 자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그리스도가 사람의 왕인 것은 그가 사람을 이래라 저래라 하고 부릴 수 있는 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모든 사람의 근본(창조자, 원본)이시고 또한 그러한 사람(인류)의 진실하고 온전한 모습(자리)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참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는 뭇 하나님의 아들들의 왕이다. 그것은 그가 가장 진실한 하나님의 아들, 아버지께 가장 순종하는 아들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주님이 참으로 만물의 근본이요 모범이므로 아들의 나라에 속한 모든 자가 그의 말을 듣고 따르는 것이다.
주님의 나라가 세상에 속하지 않고 생명의 세계(하나님의 나라)에 속해 있다는 사실은 오늘 우리가 어디에 속해 있는지를 말해준다. 우리 역시 세상에 속한 사람이 아니다. 이 땅에서 사는 동안 우리는 편의에 따라 내 나라, 남의 나라, 내 가족, 남의 가족을 구분하고 살지만 그것은 다 일시적인 것이며 사람을 갈라놓는 진정한 기준이 되지 못한다. 우리의 진정한 기준은 진리와 생명이다. 진리에 속한 자는 나와 하나이고 진리에 속하지 않은 자는 나와 상관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은 가족주의나 국가주의, 민족주의 등과 같은 것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보다 내 가족이나 우리가 속해 있는 나라 사람들을 더 사랑하는 것은 제한된 에너지로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돌보기 어렵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일 뿐 아무 다른 이유도 없다. 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하나님이 함께 살게 해 주신 모든 사람들과 사랑을 나누며 한 몸(의 지체)으로 살기를 원한다.
주님이 유대인들을 사랑하고 타 민족들보다 그들을 먼저 챙긴 것은 사실이다.(마10:5,6) 그러나 그것은 유대인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먼저 받은 자로서 세상을 위한 봉사자(생명의 전달자)의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지 그들이 주님의 (혈통적) 민족이었기 때문은 아니다. (구원은 유대인에게서 난다는 요4:22의 원리는 하나님이 정하신 것이다. 그러므로 유대인들을 진리 안에서 먼저 회복해야 할 급한 필요가 있었다.)
어쨌든 우리는 진리와 생명의 나라에 속한 자이지 세상 나라에 속해서 그들과 운명을 같이 할 자들이 아니다.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이기 전에 하나님의 나라의 국민이며 진리와 생명에 속한 자이다. 그러므로 세상 법이나 세상 상식을 따르는 것보다 우선적으로 진리에 순종하고 생명(성령)의 인도를 따라야 한다.
133.진리의 이방인
유대인들로부터 넘겨져 온 예수님을 보고 빌라도가 “네가 유대인의 왕이냐?”고 물었을 때 주님은 “이는 네가 스스로 하는 말이뇨? 다른 사람들이 나를 대하여 네게 한 말이뇨?”라고 되물으셨다. 이에 빌라도가 “내가 유대인이냐? 네 나라 사람과 대제사장들이 너를 내게 넘겼으니 네가 무엇을 하였느냐?”라고 답함으로써 자신은 예수님에 대해서 아무 상관도 없으며 그가 왕인지 아닌지 알지 못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것은 그가 예수님에 대해서나 그가 말하는 세계에 대해서 도무지 알지 못한다는 것과 또 그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 라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에 주님은 “네 말과 같이 내가 왕이니라”고 하셨다.
주님은 어떤 왕인가? “내가 이를 위하여 났으며 이를 위하여 세상에 왔나니 곧 진리에 대하여 증거하려 함이로라 무릇 진리에 속한 자는 내 소리를 듣느니라.” 이 말씀 속에서 주님은 자신이 유대인이나 어떤 물리적 집단의 왕이 아니라 특별한 세상 곧 ‘진리에 속한 자들’의 왕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그는 어떤 나라의 왕이 아니라 세상의 왕이며 우주의 왕이다. 그런데 그 세상, 그 우주는 인간이 줄긋고 꾸민 나라가 아니라 하나님이 지으시고 다스리는 세상이고 우주이다. 그러므로 주님은 한 마디로 말해서 진리의 왕이며 진실한 세계(모든 진실한 자들)의 왕이다.
주님이 진리의 왕이라고 해서 세상에 속한 진실하지 않은 자들이 주님과 무관한 것은 아니다. 그들도 어차피 다 하나님 앞에서 지음 받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비록 영으로는 죽은 자(사람이 아님)이지만 육신으로는 하나님 앞에서 살아 있는, 하나님의 다스림을 받는, 하나님의 소유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빌라도도 그가 유대인이 아니라고 해서 주님과 무관할 수 없으며 주님이 말씀하신 세계와도 무관한 자가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그도 주님께 “진리가 무엇이냐?”고 묻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자신은 그것을 왜 물었는지 아무 생각이 없었겠지만)
빌라도는 처음에 주님에 대해 아무 것도 아는 바가 없었으며 관심도 없었다. 그러나 심문 중 몇 번의 대화를 통해 자신이 이방인이나 열외(列外)가 될 수 없는 한 세계가 자기 앞에 놓여 있음을 어렴풋이 느끼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진리의 세계요 하나님의 아들로서의 사람의 세계였다. 그때까지 빌라도는 자기 나라인 로마나 총독으로 와 있는 이방 속국 유대 외에는 어떤 나라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런 나라와 자신이 무슨 상관이 있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이제 그는 자신이 전적으로 이방인으로 있는 한 나라를 접하게 된 것이다.
주님께서 빌라도에게 “내가 유대인의 왕이라는 그 말은 당신이 스스로 하는 말이오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한 말을 그냥 옮겨서 하는 말이오?” 라고 물으신 것은 빌라도의 마음을 몰랐기 때문이 아니라 한 사실을 일깨워주기 위해서였다. 주님이 빌라도에게 그 말씀을 하신 것은 “유대인만 나를 왕으로 믿고 따라야 하는 것이 아니라 빌라도 당신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다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다” 라는 말씀을 하신 것이다.
예수를 왕으로 믿고 따르는 일에 관심을 갖지 않아도 될 수 있는 사람(이방인)은 아무도 없다. 사람인 이상 진리를 알지 않으면 안 되며 그리스도를 향한 하나님의 계획에 대해 알지 않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그것이 사람의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인간이 직면하게 될 유일한 참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하나님과 그의 (진리의) 나라에 이방인은 있을 수 없다.
차라리 유대인들은 진리와 하나님의 나라에 대해 확실한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추호도 그 세계에 대해 이방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자신들이 거기에 속해 있으며 진리는 자기들의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문제는 그들이 진실로 하나님의 나라를 인식하고 거기에 참여한 것이 아니라 자기들이 일구어놓은 거짓된 종교 왕국을 하나님의 나라라고 착각하며 그들의 혼잡스러운 종교적 가르침을 진리라고 착각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리스도와 그 진리를 대적하고 거부한 것이다. 세상에는 이렇게 주님의 나라와 그 진리에 대해 각기 다르게 반응하는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하나는 (빌라도로 대표되는) 진리에 무관심한 이방인이고 하나는 (유대교 지도자들로 대표되는) 무지와 오만으로 인해 진리를 적극적으로 거스르는 자들이다.
134.진리가 무엇이냐
주님은 빌라도에게 자신이 이 땅에 온 것은 진리를 증거하기 위해서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진리에 속한 자는 다 그의 말을 듣는다고 하셨다. 이때 빌라도는 “진리가 무엇이냐” 라고 주님께 물었다. 빌라도뿐 아니라 오늘까지 많은 사람들이 이 질문을 해 왔다. 진리란 무엇인가? 일차적으로 진리는 ‘사실’(실제, 참, 절대적 진실)을 의미한다. 그러나 성경에서 말하는 진리는 단지 막연히 어떤 사실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관련된 사실, 인생과 관련된 사실이다. 즉 사람이란 무엇이냐? 인생이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그래서 성경에서 진리는 ‘길’ 또는 ‘생명(삶)’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진리란 무엇인가? 사람의 길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에 대해 성경은 다음과 같이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예수께서 가라사대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 (요14:6)
“율법은 모세로 말미암아 주신 것이요 은혜와 진리는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온 것이라. 본래 하나님을 본 사람이 없으되 아버지 품속에 있는 독생하신 하나님이 나타내셨느니라” (요1:17,18)
“진리가 예수 안에 있는 것같이 너희가 과연 그에게서 듣고 또한 그 안에서 가르침을 받았을진대 너희는 유혹의 욕심을 따라 썩어져 가는 구습을 좇는 옛 사람을 벗어 버리고 오직 심령으로 새롭게 되어 하나님을 따라 의와 진리의 거룩함으로 지으심을 받은 새 사람을 입으라” (엡4:21-24)
이 말씀들은 진리가 곧 주 예수 그리스도 자신임을 말해주고 있다. 주님은 진리를 증거하러 세상에 오신 분이다. 그러나 그 진리는 그의 가르침으로 말미암아 드러나기 전에 먼저 그의 존재와 삶으로 분명하게 드러났다. 진리는 그리스도 자신일 뿐 아니라 또한 그의 ‘사역’도 포함한다. 우주 가운데서 가장 확실하고 아름다운 진리는 ‘만물의 근본이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가 타락한 만물의 회복을 위해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심으로 사탄에게서 만물을 회복하셨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진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성취된 역사’를 의미한다. 이것을 일컬어 ‘복음 진리’라고 한다.
그리스도의 일은 크게 볼 때 하나이다. 그것은 사람들에게 (최종적으로 모든 만물에게) 자기 생명을 나누어줌으로써 그 모든 것을 자기 안으로 이끌어 그리스도의 나라를 이루는 것이다. 이것을 위해 주님은 아버지께 순종하여 세상에 오셨고 세상에서 고난을 받고 죽었으며 부활 승천하심으로 우주 가운데 왕이 되셨다. 그리고 성령을 보내사 그로 하여금 (그리스도께 속할 자로) 하나님이 택하신 모든 사람들을 불러 주님과 함께 하나님의 아들이 되게 하신 바로 이것이 주님의 일이다. 이것이 바로 우주 가운데서 가장 확실하고 가치 있는 진리이다.
그러므로 진리를 추구하는 사람은 다른 데서 찾지 말고 그리스도를 바라보며 그가 이루신 일을 받아들여야 한다. 참으로 사람답게 살고 싶고 바르게 살고 싶은 사람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어야 한다. 그가 사람의 참 길이요 근본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의 (구원) 사역이 사람으로 예수 그리스도처럼 승리하며 영광스럽게 살 수 있게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너희가 내 말에 거하면 참 내 제자가 되고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요8:31,32) 진리는 그것을 믿고 받아들이는 자에게로 흘러 들어가서 확대된다. 주님과 바울의 사역은 생명의 진리가 이렇게 다른 사람들에게 흘러가게 하는 일이었다. “주 안에서 행한 나의 일이 너희가 아니냐”(고전9:1) 이제 진리는 주님에게서 그를 믿고 순종하는 우리에게로 확대되었다. 우리는 진리로 지음 받은 자들이다. 우리는 “의와 진리의 거룩함으로 지으심을 받은 새 사람”(엡4:24)이다.
이로 인해 우리는 세상에서 진리 자체가 되었다. 우리는 이 세상의 유일한 진리요 유일한 참 사람이다. 우리에게 속하지 않은 다른 모든 거창한 사람들과 화려한 일들은 다 거짓이고 헛것일 뿐이다.
우리가 참으로 그리스도 안에 있고 그 생명으로 산다면 우리는 하나님의 아들이다.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우리가 그 영광을 보니 아버지의 독생자의 영광이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더라”(요1:14) “율법은 모세로 말미암아 주신 것이요 은혜와 진리는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온 것이라”(요1:17) 진리란 철학적 연구를 통해서 밝혀지는 것도 아니고 설교나 설법을 통해 외쳐지는 어떤 이론이 아니다.
진리는 오직 하나님 앞에서 인정되는 영원한 것과 참된 것뿐이다. 하나님 앞에서 영원히 인정되는 진실한 것이 무엇인가? 그것은 현재에 있어서 그리스도와 교회밖에 없다. 다른 것들은 다 지금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없어질 것들이다. 그런 것들은 지금도 사실 하나님의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다. 하늘과 땅은 본래 다 하나님의 것이고 그 아들의 것이다.
하늘과 땅에 모든 것은 다 그리스도 안에서 통일 될 것이다.(엡1:10) 그리고 그 아들에게 속하지 아니한 모든 것은 다 불로 소멸될 것이다. 하나님께서 아들을 만유의 후사(상속자)로 세우셨고 그를 위해 모든 세계를 지으셨기 때문이다.(히1:2) 그러므로 우주 가운데서 하나님 앞에서 인정될 수 있는 유일한 실제는 오직 그리스도(와 그에게 속한 자들)뿐이다.
그리스도는 하나님께서 내신 만물의 유일한 길이요 운명이다. 주님이 오신 것은 사람이 사탄에게 속아서 이 진리(실제)대로 살지 않고 어둠 속에서 거짓으로 살고 있는 것을 일깨워 회복하기 위함이다. 어둠은 빛이 아니고서는 내쫓을 수 없다. “내가 이를 위하여 났으며 이를 위하여 세상에 왔나니 곧 진리에 대해 증거하려 함이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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