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3과 새로운 그리스도의 탄생
요한복음 20장
147.주님이 제자들을 사도(그리스도)로 파송하심
주님은 부활 후 제자들에게 나타나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지어다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 같이 나도 너희를 보내노라”고 말씀하셨다. 이 말씀을 하신 후 제자들에게 숨을 내쉬시며 “성령을 받으라”고 하셨다. 이어서 “너희가 뉘 죄든지 사하면 사하여질 것이요 뉘 죄든지 그대로 두면 그대로 있으리라”고 말씀하심으로써 제자들에게 주님의 권세를 위임하셨다.
마태복음은 이러한 파송과 권세 위임에 대해 이렇게 증거하고 있다.
“예수께서 나아와 일러 가라사대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내게 주셨으니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 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하시니라”(마28:18-20)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 같이 나도 너희를 보내노라”는 말씀은 주님이 제자들을 세상에 보내셔서 자기와 같은 ‘그리스도’(기름부음 받은 자, 위임자)로 일하게 하신다는 선언이다. 하나님이 그 아들 예수를 그리스도로 세상에 보내셔서 사람들을 건지게 하신 것처럼 그의 제자들도 이제 동일한 위임자로 기름부음을 받아 세상으로 보냄을 받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주님은 당신의 그리스도들과 사도들을 세상으로 파송하셨다.
사람은 그리스도(聖子, 독생자, 영원한 하나님의 아들)에게서 났기 때문에 그의 지위-하나님의 아들-를 그대로 물려받았다. 그러므로 사람은 처음부터 하나님을 나타낼 아들로 지음 받은 존재이다. 그러나 사람은 타락하여 이 지위를 실질적으로 상실하고 말았다. 하나님의 아들이 아니라 마귀의 자식이 되고 만 것이다. 그런 가운데 주님이 오셔서 사람의 지위를 회복하셨다.
하나님의 목적 안으로 회복된 사람은 자기 일을 하지 않고 하나님의 일을 한다. 구약 시대에 하나님은 왕과 제사장과 선지자를 하나님의 종으로 쓰셨다. 이들은 사람이지만 사람(자기)의 일을 하지 않고 하나님을 대리하는 자로서 하나님의 일을 했다. 물론 그들도 사람이므로 한편에서는 사람의 일을 하고 살지만 다른 한편에서는(하나님으로부터 부여받은 그들의 고유한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을 代表(代理)하는 자로 행했다. 하나님은 이런 사람들에게 기름을 부어 ‘하나님의 보냄을 받은 자’임을 나타내시며 그의 권세를 위임하셨다. 이런 사람을 가리켜 그리스도(the anointed)라고 한다. 그리스도란 이처럼 하나님을 대표하는 사람이며 하나님을 증거하며 그의 권위를 대리하여 행사하는 사람이다.
구약 시대의 그리스도들(왕, 제사장, 선지자)은 부분적이고 형식적으로만 그리스도 노릇을 했지 결코 하나님을 완전하게 대표하지 못했다. 그것은 그들이 하나님을 깊이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규정에 따라 하나님을 섬기기는 했지만 성령에 강력하게 사로잡혀 일하는 신약의 그리스도와는 달랐다. 물론 그때도 성령이 충만했던 몇몇 선지자들이나 다윗 같은 사람은 신약적 그리스도와 비슷한 점이 있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구약의 그리스도들은 주 예수 그리스도와 신약의 그리스도들(그리스도인)이 나타나기까지 꼭 필요한 몇 가지 일을 맡아 수행하는 ‘그리스도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았다.
왕은 질서 유지를 위해 다스렸으며, 선지자는 하나님의 뜻을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일을 했으며, 제사장은 사람과 하나님 사이에서 중보자 역할을 했다. 이처럼 구약의 기름부음 받은 자들은 그들의 직무와 관련하여 부분적으로 그리스도 노릇은 했지만 근본적으로 그들 자신이 하나님과 하나가 되지 못했기 때문에 충분히 하나님을 증거할 수 없었다. 따라서 사람들은 그들을 보고서 하나님을 알기 어려웠다.
그러다가 때가 되어 예수 그리스도가 오셨다. 그는 하나님의 생명으로 충만한 분이었으며 하나님의 마음과 능력을 지닌 사람이었다. 그는 모든 면에서 하나님을 완전하게 대표하셨으며 오직 하나님의 일만 하셨다. 그러므로 그는 참 그리스도(The Christ)라고 불릴 수 있는 분이다. 그는 사람에 의해 그리스도로 세움(임명) 받지 않았지만 하나님이 그를 친히 인정하셨다. “예수께서 세례를 받으시고 곧 물에서 올라오실새 하늘이 열리고 하나님의 성령이 비둘기같이 내려 자기 위에 임하심을 보시더니 하늘로서 소리가 있어 말씀하시되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 내 기뻐하는 자라 하시니라”(마3:16,17)
주님이 세상에 계실 때 하나님은 충분히 사람들에게 당신을 나타내실 수 있었고 그 마음에 있는 일을 하실 수 있었지만 하나님의 뜻은 거기에 머물지 않았다. 하나님은 그리스도를 닮은 많은 아들들 곧 많은 그리스도들을 얻어서 그의 아들이 세상에서 머리가 되게 하시고 그 그리스도와 그에게 속한 자들이 세상을 하나님의 뜻대로 다스리게 되기를 원하셨다. “하나님이 미리 아신 자들로 또한 그 아들의 형상을 본받게 하기 위하여 미리 정하셨으니 이는 그로 많은 형제 중에서 맏아들이 되게 하려 하심이니라”(롬8:29) 하나님의 뜻은 아들의 나라를 이 땅에 세우시는 것이었다. 이 뜻에 따라 주님은 그의 제자들에게 기름을 부어 그리스도로 임명하시고 세상에 보내셨다.
주님이 그랬던 것처럼 오늘 우리도 자기를 부인하고 하나님의 목적 안으로 들어가서 아버지의 뜻을 이루는 삶을 산다면 우리는 하나님의 아들이 되는 것이며 세상에서 우리의 지위는 그리스도이다. 하나님을 나타내는 그가 바로 그리스도(하나님의 대표자)이기 때문이다.
사람이신 주님은 이제 죽음과 부활을 거친 후 우리 안에서 우리와 영원히 함께 하실 수 있는 ‘영’이 되셨다. 우리가 영을 따라 사는 사람이 될 때 그는 우리와 완전하게 하나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임마누엘’(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하심)의 성취이다.
요한복음 14장에서 주님은 자기가 세상을 떠나면 제자들에게 보혜사 성령을 보내셔서 그들로 하여금 세상에서 자기를 대신하여 그리스도의 일을 하게 하시며 하나님의 뜻을 완전히 이루도록 만들어주시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때 주님은 자신이 친히 제자들 안으로 들어오셔서 영원히 거하시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이것은 주님이 성령으로 말미암아 우리 안으로 들어오시겠다는 것을 말씀하신 것이다. 그 말씀 후 주님은 죽음과 부활의 과정을 거치면서 ‘마실 수 있는 영’이 되어 제자들 안에 거하실 수 있게 된 것이다.
제자들을 그리스도로 세우시고 세상으로 보내실 때 주님은 제자들에게 숨을 내쉬면서 성령을 받으라고 하셨다. 이것은 그런 방법을 통해 제자들에게 실제로 성령을 주시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그들 안에 곧 임하게 될 성령의 (오순절의) 강림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이렇게 하여 우리는 주님의 형상을 닮은 제2, 제3의 그리스도가 되었다. 이것은 분명한 그리스도의 탄생이며 아들의 탄생이다. 우리는 종이 아니라 아들로 세상에 보내진 것이며 단순한 메시지 전달자(심부름꾼)가 아니라 전권을 위임받은 그리스도로 세상에 보내진 것이다. 그리하여 주님이 세상에서 하나님의 그리스도로서 일한 것과 같이 사람들을 구원하며 세상을 심판하며 마귀를 대적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
우리가 행사하게 될 그리스도의 권세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자. 주님은 제자들을 보내실 때 전에 베드로나 다른 제자들에게 이미 말씀하신 권세를 다시 언급하셨다. “또 내가 네게 이르노니 너는 베드로라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우리니 음부의 권세가 이기지 못하리라 내가 천국 열쇠를 네게 주리니 네가 땅에서 무엇이든지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요 네가 땅에서 무엇이든지 풀면 하늘에서도 풀리리라”(마16:18-19)나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무엇이든지 너희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요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리리라”(마18:18)
이 권세는 죄 사함의 권세를 포함하는 ‘하나님의 대리인으로서의 전권(全權)’이다. 이것은 사람이 결코 행사할 수 없는 엄청난 권세이며 최고의 권세이다. 사람은 사탄에게 속아 범죄하고 타락한 후 거의 전혀 하나님을 대표하지 못하게 되었는데 이제 세상에서 하나님의 권세를 그대로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구원을 받은 것이다.
주님은 분명히 우리가 사람들의 죄를 사해 줄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어떻게 이러한 권세를 감히 행사할 수 있는가? 그것은 우리가 ‘생명 주는 영’이신 주님을 마심으로써(고전12:13) 그와 실제로 하나가 되었기 때문이다.
주님은 요한복음 14:13-14, 15:7, 16:22-23 등의 말씀을 통해서도 그리스도 안에 있는 사람에게 전권 또는 백지 수표와 같은 놀라운 권한을 위임하셨음을 보여주고 계신다. 이러한 무제한적인 권세는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런 권세를 부여 받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아무 때나 그것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권세는 철저히 주님과 뜻을 같이하고 주님이 전적으로 믿을 수 있는 사람, 곧 그의 생명으로 충만한 사람에게만 부여될 수 있으며 실제로 그 생명으로 행하는 순간에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그리스도와 연합한 자가 되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서 우리가 세상에 대해 하나님의 그리스도(기름부음 받은 자)로 파송 받은 것을 의미한다. 이 위임 안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지극히 큰 권세를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우리의 지위는 한편으로 영광스럽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하나님을 대표하는 자로서 지극히 조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큰 책임과 부담을 느끼게 한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그리스도로서 우리는 매순간 자신을 철저히 부인하고 전적으로 우리를 보내신 분의 뜻이 무엇인가에 집중해야 한다. 만일 우리가 하나님과 마음을 같이 하지 않고 자기 생각에 빠져 있거나 부주의하여 하나님이 주신 이 권세들을 잘못 행사하게 된다면 하나님의 일이 그르쳐질 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큰 어려움이 있게 될 것이다. 권세를 잘못 사용한 구약의 인물들은 결국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영광을 잃고 권세 없는 자가 되고 말았다.
그리스도의 사자로서 우리는 주님과 완전히 동행해야 한다. 전적으로 그 분의 뜻에 주의하며 그것을 따라야 한다. 그렇게 할 때만 신실한 대리인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자신의 위치를 깨달아야 한다. 주님 앞에서 우리가 자신을 대단하게 생각하면 할수록 우리는 권세 없는 자가 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항상 자신을 최대한 낮추어야 한다. 한없이 낮추어 겸손해야 한다. 우리는 위로부터 오는 생명을 항상 사모하며 은혜 앞에 엎드려 있어야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위임받은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우리는 자신을 한낱 비천한 죄인이라고 생각하며 사역에 두려워하거나 주저하는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된다. 우리는 주님에 의해 보냄 받은 그리스도임을 깨닫고 부름에 합당하게 당당하게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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